실패도 자산이 될 수 있다. 

우리사회는 지금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있다.

시절이 이런데 내가 운영하던 동네카페가 망했다는 것이 뭐 그리 큰일일까 싶지만 그래도 삶은 계속되어야 하기에 내 경험이 협동조합으로 기업을 준비하거나 소상공인의 비즈니스를 돕는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길 바라며 공개적으로 망한 얘기를 하려한다.

2016년 2월 동네에서 카페를 하는 사람, 커피원두를 로스터링해 납품하는 사람, 방역을 하는 사람 등 커피산업에 종사하는 지인들과 소셜카페협동조합을 결성해 아직은 낮선 ‘협동조합형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2018년 3월 31일 폐업신고를 했으니 2년여 만에 망한 셈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침에 출근해 청소하고 커피 한 잔 내려 놓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할 수 있다고 믿으며 커피숍을 창업하지만 온 가족이 나서 커피숍을 운영해도 한달에 80만원을 벌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을 돕기 위해 창업을 결심했고, 매주 한번씩 이사회를 열어 이것저것 따지고 준비와 실행을 한 것이니 준비가 소홀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럼 왜 망한 것인가?

일반적으로 기업이 망하는 이유는 경제상황의 급변이나 정치적 변화와 같은 외부요인과 잘못된 투자, 부패, 횡령 등 경영 능력 부족에서 오는 내부요인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소셜카페협동조합의 경우는 자본금의 부족과 내부 갈등과 같은 이유로 페업에 이르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필요와 이유가 명확하고 비즈니스모델이 있어도 이를 실행해 나갈 경영자의 역량과 자금이 충분치 않으면 망할 수 밖에 없다.

눈을 돌려 크게 살펴보면, 2013년 몬드라곤협동조합의 가장 역사가 깊고 규모도 컸던 파고르 가전이 파산해서 큰 충격을 준 일이 있다. 물론 협동조합도 기업인 이상 시장에서 경쟁하는 과정에서 파산 할 수 있다. 오히려 유럽 가전시장에서 삼성, LG와 같은 우리나라 대기업이 시장진출에 실패한 사례를 살피면 파고르가 60년 이상 시장에서 성장하고 발전해 온 것이 놀랍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현실로 돌아와 실패를 말한 이유는 실패 다음 때문이다. 

나와 동료는 출자금과 2년 여의 시간을 기회비용으로 지불했지만 문제는 전 재산을 걸고 창업시장으로 나서고 망하는 이들에게 우리 사회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냐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자영업 시장은 하루 평균 3,000명 가량이 새롭게 창업시장에 뛰어들고 하루 평균 2,000명이 사업을 폐업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실패한 사람이 재기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사회적안정망이 충분하지 않은 우리의 현실에서 이들을 어찌해야 할까?

전부를 어쩌지는 못해도 실패를 줄이고 실패도 자산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개인이 아닌 함께하는 팀 창업, 갑도 을도 없는 협동조합 프랜차이즈 같은 것을 통해 이들을 도울 수 있다. 

어디선가 실패박람회를 한다고 한다. 나도 나가볼까 고민 중이다. 실패도 자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천국에 이르는 계단을 잃은 이들에겐 질책이 아니라 오히려 위로가 필요하다. 사회적경제가 그들이 기댈 수 있는 작은 집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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